낙서01-에로스론

에로티시즘/에로스는 누구인가?(01)

카르미나 2006. 12. 30. 08:02
 

   로마신화에서는 큐피돈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에로스는 고대 신화에서는 즉흥적이고 유희적인 사랑의 신으로 등장한다.  대개의 경우에는 양 어깨에 날개가 있으며  손에 활과 화살을 든, 벌거벗은 귀여운 어린애의 모습으로 표현되는데 매우 짓궃으면서도 쾌활하다. 그는 화살로 신이나 남자들의 가슴을 맟추어 그들에게서는 사랑의 감정이 솟아나게 된다. 그는 전쟁의 신 아레스(마르스)와 아프로디테(비너스)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인데 익살스러운 데가 많아서 개구장이 같은 짓을 너무 자주해 신이나 사람들을 난처하게 만들어 어머니가 그 벌로 가두어놓은 적도 많다. 헬레니즘 미술에서는 폼페이의 벽화에서 보는 것처럼 여러 명이 무리지어있는 에로스그룹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기독교가 지배하던 시절에는 바로크나 로코코 회화에서처럼 소 천사나 엉덩이가 포동포동한 게루빔(제2位의 천사)로 그려지기도 한다. 반면에 에로스와 프쉬케의 이야기 속에서는 이 사랑의 신은 잘생긴 청년으로 묘사되는데 가련한 프쉬케에게 수많은 시련을 안겨준다. 물론 그는 프쉬케를 사랑하고 이었지만 이는 그가 그녀에게 그녀가 바라는  이상적인 행복을 안겨주기 이전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프쉬케는 사랑이라는 마력의 힘에 사로잡힌 영혼 그 자체이다. 아프로디테의 질투에 이은 수많은 시련을 겪은 후에 마침내 신들의 왕인 제우스에게 인정을 받는다. 그녀가 겪은 시련은 사랑이라는 욕망에 사로잡힌 영혼이 조금씩 조금씩 純化되어 ‘위대한 영혼’ 즉 아프로디테로 상징되는 ‘세계의 영혼’에 다다르기 위해서 정의와 정신의 보호(제우스)아래 반드시 지나쳐야 하는 과정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하나의 영혼이 그 영혼 자체의 정신적 본성과 기원으로서의 ‘진정한 사랑에 도달하기 위해서 ‘지상의 욕망’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거쳐야만 하는 시련인 셈이다.

  

   호메로스에서는 에로스는 신으로 등장하지는 않았다. 명사인 에로스와 동사인 에레마이(eramai)를 함께 사용하여 사람이나. 음료, 음식 혹은 전쟁이 발휘하는 매혹을 지칭하고 있다. 그 이후의 그리스 고전 텍스트에서는 에로스와 에라미는 힘이나 아름다움, 고향 혹은 죽음과 관련되어서 자주 사용된다. 아마도 어떤 매혹적인 힘으로서 에로스가 자주 사용된 것이 헤시오도스로 하여금 에로스를 정의하도록 하였을 것이다. 헤시오도스가 살았던 시대는 호메로스가 살았던 시대와 같은 단순한 구전 문학의 시대는 아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시인으로서의 헤시오도스의 텍스트는 가능하면 자신의 목소리를 보다 매혹적으로 들리게 하기  위해서는 보다 흥미로운 서사를 요구하는 낭독시인들의 요구에 무관심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헤시오도스가 쓴 『신통기(신들의 계보)』에서는 에로스는 카오스(혼돈), 가이아(대지)에 이어서 카오스(혼돈)으로부터 태어난 태초의 신으로 등장한다.  에로스가 나타남으로써 카오스는 에레보스(암흑)과 닉스(밤)을 낳았고, 에레보스는 아이테르(대기)와 헤메라(낮)를 낳았으며, 가이아는 우라노스(하늘)을 낳고 이어 티탄들을 낳기 시작한다. 여기서는 에로스는 우라노스나 그 우라노스의 자손으로 바다의 거품으로부터 태어난 아프로디테보다 먼저 태어난 신인 것이다. 즉 천지 개벽에 있어서 에로스는 태초의 신이다. 에로스가 이미 존재하기에 이로부터 생명이 유래하고 그로부터 모든 존재들간의 관계가 유래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