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시인, 열전

상드 (2)

카르미나 2018. 10. 24. 23:19



   남편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아야 했던 상드는 여성에게 가해지는 편견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담배를 피웠고 남장을 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쇼팽을 처음 만났을 때, 상드는 자신의 마음을 다 드러내지 않았다. 마음을 다 보여 주는 순간,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그녀는 아주 공손하고 친절하게 리스트에게 편지를 보낸다. "쇼팽을 노앙으로 모시고 싶어요. 그분에게 전해주세요. 그분을 숭배합니다."


    상드에 대한 쇼팽의 첫인상은 좋지 않았다. 더구나 쇼펭은 약혼을 한 상태였다. 친구들과의 여행 약속도 있어 쇼팽은 초대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포기할 그녀도 아니었다. 계속해서 편지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매일 만나지 않아도 좋아요. 매일 신성한 정열을 품을 순 없죠. 그러나 찬란한 불꽃이 타오를 때가 올 거예요."


    상드는 집요하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했지만 쇼팽은 곧 약혼자와 결혼하려 했다. 그런데 쇼팽의 약혼자는 쇼팽보다 배경 좋고 돈 많은 귀족에게 가버렸다. 내성적이고 여린 쇼팽은 큰 충격에 빠진다.  그리고 그토록 집요하게 자신에게 구애했던 상드에게서 위로를 찾는다. 이제 미국넘들이 좋아하는 "타이밍: 이 위력을 발휘할 시간이 되었다. 이 후 둘의 관계는 급속도록 가까워졌고 동거에 들어간다.


         마요르카 섬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두 사람에겐 은둔이 절실했다. 소란스러운 파리의 눈과 소문을 피해 창작과 작곡 활동을 할 곳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마요르카 섬은 최적의 장소였다. 이곳에서 쇼팽은 주옥같은 전주곡들을 완성한다. 쇼팽이 작곡을 할 때 상드는 그 음악을 들으면서 소설을 쓰곤 했다. 언뜻 보면 너무나도 아름다운 장면이지만 실상 마요르카에서의 일상은 장밋빛이 아니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은 음악적 영감을 불어넣기에 충분했지만, 반듯한 가구 하나 없는 여관, 딱딱한 침대, 변변치 않은 식사는 예민한 성격의 쇼팽에겐 너무 가혹했다.    

 

       원래 허약했던 쇼팽은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고 병세는 악화되었다. 그의 병에 두려움을 느낀 사람들은 그들에게 숙소를 제공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그들은 험악한 산을 올라 발데모사 수도원에 머물기 시작했다. 하루는 상드가 아이들과 장을 보러 나가 집을 비운 사이,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쇼팽은 피아노를 치며 마음을 달랜다. 지붕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영감을 받아 빗방울 전주곡을 작곡하게 된다. 쇼팽은 이곳에서 24개의 전주곡을 완성했다. 이 곡들은 파리에서 작곡했던 곡들과 다르게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흔적이 짙다.

 

          그 후 두 사람은 바르셀로나로 옮겨 간다. 쇼팽의 건강은 계속 악화됐고 상드는 바르셀로나의 한 호텔에서 1주일을 꼬박 쇼팽을 간호했다. 쇼팽의 병세는 조금씩 호전되었지만 상드는 점점 지쳐갔다. 상드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당시를 이렇게 묘사했다.

 

     "한 달만 더 섬의 고통스런 삶이 계속됐다면, 쇼팽과 나는 틀림없이 죽었을 겁니다

 

   어렵사리 건강을 회복한 쇼팽은 상드와 함께 노앙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활기를 찾은 쇼팽은 마요르카 섬에서 얻는 창작력을 바탕으로 소나타와 녹턴, 스케르초, 4개의 마주르카 등 아름다운 곡들을 만들어냈다.

 

    이 즈음 두 사람의 관계에 변화가 오기 시작한다. 쇼팽은 상드를 '내 주인'이라 불렀고, 상드는 쇼팽을 아이를 보살피듯 대했다. 두 사람의 사랑은 지치고 변색됐다. 마침내 상드는 편지 한 통으로 쇼팽에게 이별을 통보한다(훗날 상드는 자신이 반대하는 딸의 결혼을 쇼팽이 도왔다는 이유로 결별을 선언했다고 고백했다). 상드와의 이별은 쇼팽에게 커다란 충격을 남겼다. 다시 건강을 잃어간 쇼팽은 마침내 폐결핵으로 사망하고 만다.

 

     쇼팽은 죽기 직전 상드를 많이 그리워했다. 그 마음을 담은 편지를 썼지만 끝내 상드에겐 전달되지 않았다. 당시 두 사람의 만남은 굉장한 스캔들이었다. 두 사람은 늘 사람들로부터 주목 받았다. 상드는 쇼팽에게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었다. 때론 연인이었고, 때론 어머니였다. 누군가는 말한다.

 

      "만약 상드가 쇼팽을 버리지 않았다면, 그는 그렇게 빨리 죽지 않았을 것이고, 더 많은 작품을 남겼을 것이다.

 

     쇼팽의 작품 가운데 백미는 대부분 상드와 함께 산 9년 동안 만들어낸 곡들이다. 쇼팽은 상드를 사랑했다. 그러나 쇼팽을 향한 상드의 열정은 쇼팽을 힘들게 했다.



            상드의 명 어록(?) 들 

        

언젠가는 이 세상이 나를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될 것이다.

설사 그런 날이 오지 않는다 해도 크게 상관할 일은 아니다.

나는 다른 여성들을 위해 길을 열어줄 뿐이다“.

 

그녀가 유독 밝히는 여자라서 연인이 그렇게 많았다고 생각할 증거는 없다. 남성 편력의 연대가는 비교적 간단명료하다. 그렇다 해도 간혹은 겹치기 연애 사건도 있는데, 이에 대해 그녀는


  "심각할 정도는 아니고 두 사람의 관계를 파괴할 만한 정도는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의 버전일 뿐인가. 예컨대 상처받은 불쌍한 뮈쎄 버전은...

    


 

친절이란 보물을 잘 간직하라, 주저 없이 베푸는 법, 후회 없이 지는 법, 비열하지 않게 얻는 법을 알라”.

 

꽃을 꺾기 위해 가시에 찔리듯, 사랑을 얻기 위해 내 영혼의 상처를 견디어 낸다. 덤불 속의 모든 꽃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꽃의 향기조차 맡을 수 없기에, 상처받기 위해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 상처받는 것이므로. 사랑하라 인생에서 좋은 것은 그것뿐이다 ”.

 

삶이라는 책에서 한 페이지를 찢어 낼 수는 없다”.



   쇼팽에게 보낸 상드의 마지막 편지

 

  프레데릭 쇼팽에게 1847728, 노앙


   어제 마차를 예약했어요. 이런 살인적인 무더위에 몸까지 불편하지만, 이를 무릅쓰고서라도 파리에서 하루 묵으면서 당신 소식을 알아볼 참이었어요. 이렇게까지 무리할 정도로, 당신의 무소식에 당신 건강이 걱정됩니다. 그동안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가졌을 텐데 아무런 답장이 없군요. 그래요, 지금 당신의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하세요. 그 직감이 곧, 당신 의식이 속삭 이는 언어라고 생각하세요. (중략)그럼 안녕히 계세요. 모든 병이 조속히 치유되기를 빌어요.

 

   그것만이 지금 나의 간절한 바람이에요(그러는 게 마땅하고요). 지난 9, 우리들의 각별한 사랑(우정)이 이렇듯 기이하게 끝나네요. 신께 감사드려요. 가끔 소식 전해 주세요. 나머지 일에 대해선 더 이상 재론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다 부질없는 일입니다.- 조르주 상드 (딸의 결혼 문제에 대한 이견으로 쇼팽과 헤어진 상드가 보낸 편지)


        이후로 두 사람은 다신 만나지 못했다. 쇼팽은 상드를 그리워해 편지를 썼으나 전달되지 않았고, 그렇게 죽음을 맞았다.

 

 

여기 파리 하늘 아래 그대가 잠들고 있으나, 그대는 영원히 조국 폴란드의 땅 위에서

잠들어 있노라." - 쇼팽의 비문

   

       이 여자 헤어지고 나서는 쓸 데 없는 편지는 가끔 보낸다 . 그런데 상당 히 웃기는 내용임.

       나는 때로는 고통스러웠고 (어려도 한 참 어린 뮈쎄에 대한 죄의식이 없지는 않았다는 (?) 때로는 내가 틀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사랑했다."


"네 마음 비밀스런, 조그만 구석에라도 나에 대한 추억을 간직해 주려무나, 그리고 슬퍼지는 때가 오기라도 하면 그 곳에 내려가 조그만 위안이나 아니면 조그만 기분 전환이라도 찾았으면 한다."

 상드, 뮈쎄에게 보낸 편지, le 12 mai 18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