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아느냐, 미지의 나라에 대한 향수와 조바심 나는 호기심, 우리들을 비참한 일상으로부터 해방시켜줄 이 알 수 없는 열병을? 너를 닮은 그 나라에서는 모든 것이 아름답고 풍요하며, 고요하고 기품이 있어 공상만 하여도 하나의 이상의 나라가 생겨나고 삶은 호흡하기에도 부드럽고 행복은 침묵과 결합한다. 우리가 살아야 할 곳이 그 곳이며 우리가 죽음을 기다려야 할 곳도 그 곳이다.
보들레르, [여행에의 초대], in {소 산문시}
보들레르가 말한 바대로, 때로는 이 알 수 없는 이상한 느
낌이 파도가 잠잠해진 물결 위로 눈부신 햇살이 내려앉듯이
우리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찾아드는 것을 느끼지 못한 자가
누가 있겠는가!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은 더 이상 우리를 위해
만들어진 곳이 아니다. 우리들의 영혼이 찾는 나라에 대한 환
상이 우리를 매혹하고 괴롭힌다. 때로는 쓰디쓴 벌꿀의 맛을
가진 단어가 우리들의 입술을 막아버린다.
떠나라! 떠나라! 도망쳐버려라!
우리가 꿈꾸는 이 장소라는 것들은 우리들의 비밀스런 영
혼이 구체적으로 만지고 느낄 수 있는 것으로 상징화된 것으
로서, 일체의 속박으로부터의 해방과 동시에 우리들도 모르게
우리들 영혼의 깊은 곳에 감추어진 꿈의 완벽한 실현이라는
이중의 매혹을 지니고 있다. 어떤 신비스러운 영혼의 소유자
들은 이 향수의 나라가 전생의 낙원의 기억의 산물이라고도
하지만, 이 지상에서 함몰된 존재를 영위하는 과정에서 우리
가 집착하게 될 하나의 황홀한 나라에 대한 강박 관념이 아니
라면, 대개의 경우 이 향수의 나라는 우리들의 일상이 경험하
는 비참한 현실로부터 어떤 식으로든 돌파구를 열어보고자 하
는 무구한 상상력이 방문하는 곳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보들
레르가 [여행에의 초대]에서 속삭인 꿈처럼 몇몇 선택받은
천재들의 상상 속에서 존재하는 질서와 화려함과 관능의 나라
인 셈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모두 보들레르와 같은 운을 타고나지는
못했다. 꿈의 나라와 현실의 지상을 실제로 혹은 상상 속에서
합치시킬 수 있는 지고의 광영을 누리는 지위에까지 오르게
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그러기에 그토록 많은 사
람들이 무리를 지어 떠나는 것인가! 기차역, 공항, 산, 바다,
해변, 도로는 여행을 떠나고 돌아오는 인파로 넘쳐난다.
메모시아 -여행이야기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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