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학습과 교육 (1)
시대를 지배하고 나라의 미래를 보장하는 사상의 근저에 교육이 인간을 변화시켜 개선하고 심지어 평등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 올 것이라는 믿음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고대로부터 되풀이 되면서 결국 확고부동한 민주주의의 교리가 되었다. 천 년 이상 지속해 온 중세 내내 교회의 교리에 손을 대기가 어려웠던 만큼이나 이제는 민주주의의 교리에 대해서 손을 대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 점에 있어서도 중세의 기독교 교리가 그러했던 것만큼 이 민주주의 교리도 인류의 경험도 반드시 일치한다고 보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이미 많은 철학자들이 학교 교육이 인간을 더 도덕적으로 만들거나 행복하게 만들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인간이 물려받은 본능이나 정념을 정화시키지도 못하며 특히 그 방향이 잘못되면 훨씬 더 큰 피해를 끼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교육이 보편화 되고서 오히려 범죄 발생률이 더 증가했고 불평분자들이 더 많아져 사회 혼란이 더 가중되었다는 증거를 보여주는 통계들도 많다.
잘 계획된 교육이라면 피교육자의 도덕적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그의 직업적 능력을 계발하는 데 유익하고 실용적인 결과를 거둘 것이라 기대될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이런 기대 때문에 지난 반세기 동안 교육 이념을 설정하고 ,계획하고 실행한 것이겠지만 그 결과는 실망스럽기만 하다. 그 첫 번째 이유는 교육 이념을 잘못 설정한 것에 있기 보다는 교육을 실행한 행태에 있다고 본다. 직업적 능력을 계발하거나 인격을 도야한다는 교육 이념은 사회의 변화에 따라 그 가중치가 달라 질수 있으며 또 그래야 할 것이다. 산업고도화의 시대로 변화하면서 교육 이념이 인격 도야보다는 직업적 능력 계발 쪽으로 치우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며 또 피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교육의 실행이 교과서를 달달 외우면 지능이 발달하고 직업적 능력이 향상된다는 심리학적 오류에 기반을 두었다는 점이다. 이로부터 학생들은 교과서를 최대한 많이 암기하고 최대한의 정보를 습득하려 애썼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박사학위를 따거나 국가고시에 합격할 때까지 청소년들은 판단력이나 창의력을 발휘해보지 못한 채 책을 암기하는 데 몰두해야 했다. 그런 태도의 청소년들에게 교육은 암기와 복종에 불과하다. 수업을 듣는 것, 단어장이나 요약집을 암기하는 것, 복습하는 것, 모방하는 것, 이런 것들이야말로 아무리 노력해봤자 학생을 정신적으로 쇠약하고 무능한 존재로 밖에 만들지 못한다, 교과서의 내용을 읽으면서 왜 그런 결론이 도출되는 지 이유를 따지면서 논리적으로 이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일단은 논리와 결론 까지도 암기해 버리려 한다. 대학 신입생들을 접해보면, 신입생들에게 단순한 정보의 수집보다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종합하고 분석하는, 이해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해도 암기하는 데에만 익숙해서 이들은 이해조차도 암기식으로 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암기라는 행위가 반복되면 습관이 되고 습관이 고착화되면 거의 본능에 가까워져 버린다. 이렇게 형성된 습관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수정하기 더 힘들어 진다. 놀라울 정도다. 이해한다는 것을 암기나 하는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다.
학습과 교육 ( 2)
문제는 이런 식의 교육이 훨씬 더 심각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교육은 교육을 받는 피 교육자들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극도의 증오심을 심어주고 거기서 탈출하려는 강열한 욕구를 자극한다.
'cime du mecontentemen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보통신기술이 시니어(노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2) | 2025.04.22 |
---|---|
절망하는 20대 (0) | 2019.03.05 |
언론미디어 유감 (0) | 2019.01.27 |